지난 2012년 4월 5일, 미국에서는 “중소 · 스타트업 기업 지원을 위한 신생기업 육성법안”(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법의 머리글자를 따서 일명 ‘잡스법(JOBS Act)’이라고 하며, 이하에서는 ‘잡스법’이라 한다)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의해 승인되었다
잡스법 승인 세레모니를 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출처: www.whitehouse.gov
잡스법은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기업투자 활성화 방안” 발표에서 창업·초기 벤처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책의 하나로 크라우드펀딩의 도입을 예고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 발표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에서는 연구용역 실시, 관계부처 협의, 해외사례 검토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도를 설계할 것으로 예고하였으나, 아직 국내의 열악한 크라우드펀딩 연구 및 제도 준비 사항 등을 감안할 때, 크라우드펀딩의 특성을 고려한 법·제도 도입이 무엇보다 신중하게 준비되어야 할 시점이다.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신산업'이자 '금융산업'인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펀딩은 IT기술 및 SNS의 보급, 발달과 궤를 같이 하여 대중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발전하여 온 대표적인 신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크라우드펀딩은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자금의 융통 및 일종의 투자행위 등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산업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양면성 때문에 향후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시 기존 금융규제의 프레임(자본시장법, 대부업법 등) 속에서 크라우드펀딩을 규율하여야 하는가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대두되고 있다.
금융산업의 관점에서 규제 위주의 획일적인 크라우드펀딩의 제도 도입을 검토하게 된다면 크라우드펀딩 고유의 장점인 개방성과 다양성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제도와 규제의 아비트리지를 만들지 않으면서 신산업을 조화롭게 규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美, 잡스법의 크라우드펀딩 도입례
필자는 앞서 언급한 미국 잡스법의 선례가 이러한 고민의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이하에서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크라우드펀딩 허용에 관련 주요내용>
- 펀딩포탈, 플랫폼을 통하여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
- 중개업자 또는 자율규제기구에 등록된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에서 자금조달을 하는 경우 증권거래법상 규제를 완화하여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면제(연간 1백만달러 이하의 증권발행)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요내용>※ 기타 구체적인 내용은 SEC가 법 제정 후 270일 이내에 규정으로 정하도록 위임
- 크라우드펀딩 포탈, 플랫폼에 대해 증권거래협회(National securities association membership)가입의무를 부과하고, 당해 사이트를 통해 경영진과 재무에 관한 정보를 게시
- 소득수준에 따른 개인의 연간투자한도(사업건당 최대 1백만 달러 한도로 투자자의 연수입 또는 순자산에 따라 투자금액 제한, 10만달러 미만인 경우 최대 2,000달러 10만달러 이상이면 연소득의 10%까지 가능)를 설정
-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자금수요자가 투자자에게 일정한 정보를 제공
잡스법 사례에 비춰본 국내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시 시사점
그동안 변변한 크라우드펀딩 관련 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도 국내에서는 자생적으로 다수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관련 산업이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고, 다루는 분야도 초기 단계인 후원형에서부터 이제는 점점 순수한 투자형으로까지 발전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관련 제도와 규정의 미비는 결국 크라우드펀딩의 발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기존 법체계를 위반하려는 의도없이 크라우드펀딩 산업이 기존 법체계에 저촉되는 위험을 내포하도록 만들었다.주1)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발표는 향후 크라우드펀딩 산업의 성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메세지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들을 살펴보면
“공모금액을 10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증권보고서 등의 공시제도를 강화하며 개인 최대 투자금액을 1천만원으로 제한하는 등 투자자 보호제도를 마련하고, 이러한 내용들을 토대로 투자방식의 크라우드펀딩을 도입하기 위하여 창업지원법 또는 자본시장법을 개정”
한다는 내용들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서 생각해 볼 점은 크라우드펀딩은 본질적으로 인터넷과 SNS를 통하여 자체적으로 필요한 정보의 제공과 계속적인 업데이트를 달성하고 있으며, 그 형식과 발달의 속도가 기존의 법체계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1) 미국의 잡스법이 연방증권법에 면제조항을 신설한 것 처럼 국내에서도 증권신고서 등의 공모절차를 완화하여 주는 것이 필요하며(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이미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적절히 제공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고, 충분한 정보가 없으면 자금조달에 실패하게 되어 있으므로, 굳이 과거에 만들어진 공모 규제절차를 강요함으로써 자금조달 비용을 증대시킬 실익이 없다), 2) 잡스법과 같이 개별투자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투자한도를 설정하고 추가적으로 플랫폼 운영자들이 투자자들에 대하여 투자의 위험에 대한 일정한 고지 또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여 투자자보호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고, 3) 플랫폼 운영자에 대해서 투자중개업 또는 투자자문업 등과 같은 수준의 규제는 타당하지 않으며 사후적인 부정에 대한 행위규제만 있으면 족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크라우드펀딩 산업의 본질적 특성을 훼손치 않는 것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일종의 혁신적인 금융기법이 도입되면 당분간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또한 기존 금융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크라우드펀딩의 진화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크라우드펀딩의 가장 큰 특징이자 발전 가능성은 대중에 의한 '개방성'과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부나 감독기관이 진정으로 크라우드펀딩의 순기능을 발전, 확대시키고자 한다면 기존의 제도의 틀속에서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주1) 현재 팝펀딩, 머니옥션 등의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는 증권발행이 아니라 은행이 사업자에게 대출, 업체는 모집된 자금으로 보증하는 방식으로 운영(펀딩에 따른 보상이 없거나 현물인 후원방식 크라우드 펀딩은 현행제도내에서도 가능하며 일부 성과를 시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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